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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라는 이름은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얕은 물속에 넣고 좌우로 휘휘 저으면서 먹이를 찾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저어새는 여러 지역에서 먹이잡이 행동 혹은 부리의 모양을 따서 붙인 명칭으로 불리고 있을 정도로 외형적 특성이 뚜렷하다.


 

저어새의 개체수


전 세계 저어새의 개체 수가 처음으로 조사된 1988년 당시 저어새는 300마리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약 20여 년 동안 저어새 보호를 위해 국제적으로 보전 노력을 꾸준히 펼친 결과 지금은 개체 수가 다소 회복되는 추세이다. 2017년 1월 13~15일 약 70여 곳의 동아시아 저어새 서식지에서 동시에 진행된 조사에서 3,941마리의 저어새가 발견되었다(2017 국제 저어새 동시 센서스). 그러나 여전히 저어새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8년 멸종 위기 1급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는 세계 자연보전연맹(IUCN) 멸종 위기종(EN), 버드 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 적색목록(Red List)에 등재되어 있다.


 

저어새의 독특한 행동


야외에서 관찰하면 저어새가 부리로 얕은 물속을 휘휘 젓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부리의 민감한 감각을 이용해 먹잇감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한 것이다. 저어새는 먹잇감의 위치가 파악되면 길고 넓적한 부리로 덮쳐서 잡아먹는다. 아울러 탄력적인 부리는 물고기 같은 조금 큰 먹잇감을 물어 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이처럼 저어새의 신체적 특징은 부리를 이용해 물을‘저어’서 먹이를 찾는 데 특화되어 있다.


 

저어새는 어디에 살까?


저어새가 약 20cm 내외인 부리를 저어 먹이를 찾기 위해서는 다리가 조금 잠길만한 정도의 얕은 물이 고인 곳을 찾아야만 한다. 이러한 저어새의 서식지는 황해생태계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갯벌, 강하구와 논습지를 전부 갖춘 강화도의 자연생태계는 저어새의 먹이잡이 활동에 최적화되어 있다.


 

저어새는 어디에 둥지를 지을까?


저어새는 3월 말부터 마른 나뭇가지나 식물 줄기를 이용하여 바위 위에 둥지를 짓기 시작해, 4월 하순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알에는 흰색 바탕 위에 옅은 갈색 얼룩점이 흩어져 있다. 저어새들은 약 25~26일 정도 알을 품으며, 새끼가 알에서 깨어난 뒤 약 40일 동안 암수가 교대로 새끼를 보살핀다. 강화도 인근 무인도서는 동아시아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이며 한강하구, 강화도 일대의 논습지 와 갯벌은 번식기 저어새가 먹이를 구하는 중요한 곳이다.


 

저어새가 겨울을 지내는 나라는?


4~6월 번식을 마친 저어새는 7~8월 새끼가 둥지를 떠나 날 수 있게 되면 갯벌과 강하구를 오가며 새끼를 키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친다. 9~10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무리를 짓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이동하여 월동할 준비를 한다. 한반도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시베리아, 러시아 등 더 먼 북쪽에서 한반도를 찾는 철새들과 달리 저어새들은 더 따뜻한 곳을 찾아 강화도를 떠나 황해를 건너 동아시아의 하늘을 비행한다.




대부분의 저어새는 황해를 건너 중국 동남해안이나 대만, 홍콩 등지에서 월동한다. 한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이동하거나 내륙을 가로질러 남해안을 통과하는 무리는 일본 규슈지역, 혹은 오키나와까지 이동하여 겨울을 나기도 한다. 이처럼 강화도 일대의 무인도가 고향인 저어새는 번식기와 월동 시기에 동아시아의 바다와 하늘을 여행하며 동아시아 지역의 자연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반도 자연생태계는 저어새의 고향


1999년 홍콩에서 저어새 4마리에 인공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한 결과 홍콩을 떠난 저어새들이 황해를 건너 서해 남북한 접경지역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후 국내연구자들이 강화도 인근 무인도서인 석도와 비도에서 저어새들이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강화도가 국제적으로 중요한 저어새 번식지임이 알려졌다.


 

황해 갯벌생태계의 지표종 저어새


황해생태계시스템의 일부분인 강화도 갯벌의 조수간만의 차는 8~10m에 달하여 세계에서도 조차가 큰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와 같이 큰 조수간만의 차이는 밀물과 썰물시에 퇴적된 갯벌이나 바닷물에서 부유하는 토사를 흔들어놓고 결국 바닷물의 탁도를 높이게 된다. 이는 부리의 발달된 감촉을 이용해 먹이를 찾는 저어새에게는 더없이 적합한 먹이 사냥 조건이다. 저어새는 먹잇감인 물고기가 저어새를 볼 수 없는 탁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얕은 물에서 먹이를 사냥하기 때문이다. ‘황해’라 불리는 해수의 특성 속에서 저어새는 부리의 감촉을 이용하는 장점을 살려 생존을 이어왔다. 이러한 저어새는 황해생태계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대표하는 종이라고 볼 수 있다.


 

강화도 논 습지에서 살아가는 저어새


강화도에는 원래 논이 많지 않았지만 고려시대 말부터 강화도를 둘러싼 넓은 갯벌을 간척하여 논을 만들어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논은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저어새들에게도 중요한 서식처가 되고 있다. 봄철 모내기를 위해 물이 담긴 논은 번식을 위해 한반도를 찾은 저어새들에게 훌륭한 먹이터이다. 저어새는 봄철 물 댄 논습지에서 미꾸라지, 붕어, 논우렁, 잠자리유충, 식물의뿌리 등 다양한 먹이를 구해 이제 막 자라나는 새끼에게 먹인다. 특히 새끼를 키우는 저어새는 비행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번식둥지로부터 반경 약 20km 이내에 있는 먹이터에 주로 의존한다. 2007년까지 김포 유도 (남북한 접경지역 내)에서 번식한 저어새들의 경우 반경 15~20km 이내에 있는 강화도 논습지에서 주로 먹이를 찾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남북한 접경지역 생태계의 상징 저어새


동아시아 저어새의 최대 번식지는 서해 남북한 접경지역에 있는 몇 개의 무인도들이다. 분단 이후 수시로 남북한간의 가장 첨예한 긴장이 고조되곤 하는 서해 접경지역에서 저어새들은 인간의 손길에서 보다 자유롭고 안전하게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북한 대동강 하구에 위치한 무인도 덕도에서 저어새가 번식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처음 알린 정종렬 교수 (前일본 조선대학교 교수, 북한 국적)는 인터뷰에서“저어새는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새”라고 말했다. 둥글게 생긴 한반도의 자연형상을 닮은 평화의 새, 남북한을 오가며 생명을 잇고 있는 저어새에서 한반도의 자연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를 위한 우리의 선택


저어새가 멸종위기에 놓인 이유는 인간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광활한 갯벌과 자연 상태의 강하구, 봄철 물댄 논 등 특정한 서식지조건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저어새의 경우 무분별한 갯벌 매립과 간척, 해안도로 건설과 확장, 조력발전소 건설 등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환경이 나빠지면서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저어새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주요 서식지 중 한 곳이 바로 강화도와 서해 남북한 접경지역이다. 강화도의 갯벌은 우리나라에서도 보존 상태가 양호한 몇 남지 않은 갯벌로 경제적 생산성은 물론 자연정화 능력, 해양생태계의 보물창고로서 아주 중요한 곳이다. WWF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황해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다. 황해지역의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지속가능한 어업, 보전관광 등을 통한 통합적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WWF의 황해생태계 시스템 보전활동의 중요한 지표종이 바로 저어새이다. 저어새와 황해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 활동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