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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기획] “‘폰게임’ 했을 뿐인데” 섬뜩한 위협 느꼈다…게임에 숨은 ‘현실’, 뭐길래? [지구, 뭐래?]
22 May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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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F가 공개한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문득 무서워졌다”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작은 생명체 ‘꿀벌’. 꿀벌의 생존을 주제로 한 무료 게임이 공개된 가운데, 그 안에 숨은 ‘섬뜩한 현실’이 주목받고 있다.
스토리 구성과 조작법은 단순하다. 꿀벌을 위협하는 외래침입종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날씨를 피해 꿀을 획득하면 된다.


하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기후변화에 따른 꿀벌 개체 수 감소는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한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꿀벌’이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
 
 실제 꿀벌이 사라질 경우,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주요 작물의 70%가량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집단 폐사한 꿀벌들. [비프로페서 사이트 캡쳐]집단 폐사한 꿀벌들. [비프로페서 사이트 캡쳐]


글로벌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가 꿀벌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한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를 공개했다.
 꿀벌 서바이벌에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중간 광고나 과금 등 요소가 없다. 로그인도 필요 없이, 닉네임을 입력하면 누구나 게임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하기 전에 필수로 봐야 하는 메시지가 있다.

WWF가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가 꿀벌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공개한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 실행 화면.[WWF 제공]WWF가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가 꿀벌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공개한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 실행 화면.[WWF 제공]


바로 꿀벌의 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식량 생산에도 위기가 닥치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 실제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꿀벌이 사라지면, 사과·수박 등 과일은 물론, 우리가 먹는 식량의 75%가 사라질 수 있다’는 안내문이 뜬다.
 게임 자체는 어렵지 않다. 방해물을 피해 더 많은 꿀을 획득하면 된다. 하지만 그 안에도 꿀벌이 처한 현실이 반영돼 있다.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인 폭염과 폭우 등 날씨 상황이 표현된다. 꿀벌을 사냥하는 침입종 ‘등검은말벌’을 피하지 못할 경우, 캐릭터는 죽는다.

등검은말벌.[WWF 제공]등검은말벌.[WWF 제공]


게임은 ▷꽃이 피는 ‘꽃의 시기’ ▷기온이 상승하는 ‘고온 시기’ ▷폭우가 쏟아지는 ‘기후위기의 시기’ 등 총 세 단계로 구성된다. 단계가 진행될수록 꿀벌 생존을 방해하는 위험 요소가 강화된다.
 WWF 관계자는 “꿀벌 개체 수 감소는 단순한 생태계 문제가 아닌 우리의 식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며 “연쇄적인 위기 상황을 알리고,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과 꿀벌 보호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WWF가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가 꿀벌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공개한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 실행 화면.[WWF 제공]WWF가 지난 20일 세계 꿀벌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가 꿀벌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공개한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 실행 화면.[WWF 제공]


실제 게임의 시나리오는 WWF가 지난 4월 발간한 ‘기상 변동성과 침입 포식자의 확산을 통해 기후변화가 꿀벌 군집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해당 보고서는 WWF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과 공동 연구협약에 따른 후속 연구로 구성됐다. 강수량 변화, 기온 상승, 극한기후 빈도 증가, 외래 침입종 확산 등 복합적 요인이 꿀벌의 생존과 먹이 확보를 압박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꿀벌의 군집 생활 모습.[WWF 제공]꿀벌의 군집 생활 모습.[WWF 제공]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변동성은 꿀벌 군집 내부의 안전성을 위협한다. 꿀벌은 벌통 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날씨는 조절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며, 군집 붕괴 현상을 일으킨다.
 외래 침입종의 등장도 기온 상승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보고서는 꿀벌을 포식하는 ‘등검은말벌’의 전국적 확산이 꿀벌 생존에 위협된다고 지적했다. 등검은말벌은 기존 남부 지역을 넘어 서울과 강원도, 수도권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심지어 꿀벌 번식과 수분 활동이 활발한 늦여름부터 초가을 시기와 겹쳐, 피해를 더욱 심화시킨다.

꿀벌이 사과나무꽃에서 꿀을 채취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꿀벌이 사과나무꽃에서 꿀을 채취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리가 주로 섭취하는 100대 농작물의 70%는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는다. 달리 말하면, 꿀벌이 사라질 경우 농작물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이 경우 급격한 물가 상승, 식량 부족 등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꿀벌 감소를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다.

WWF 관계자는 “꿀벌은 생물다양성 보존은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회복력 강화와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한 핵심종”이라며 “생태계 보전을 위한 과학 기반 정책 마련과 시민 인식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게임 ‘꿀벌 서바이벌: 꿀벌을 지켜라!’는 WWF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PC와 모바일에서 이용할 수 있다. 다음달 20일까지 게임을 하고 응원 메시지를 남긴 선착순 100명과 추첨을 통해 선정된 100명에는 꿀벌 생태계를 지지하는 스킨케어 브랜드 버츠비 제품을 증정한다.
 

기사 원문: 헤럴드경제 (바로가기 링크)
작성: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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